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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수행의 삼요

간화선 수행을 위한 세 가지 기본요소 [三要]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수행하도록 이끌어야 실제로 돈오를 체험하게 할 것인가? 간화선은 어떤 원리와 실제에 의해 운용되는가? 깨달음으로 가는 장치는 어떻게 시설되는가? 소납은 지난 20여 년 동안 일만여 명의 대중들을 대상으로 간화선 수행을 지도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간화선이야말로 대중화 할 수 있고 또 마땅히 대중화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안국선원에서는 간화선 수행을 하러온 사람에게 화두를 들게 하기 전에, 먼저 초심자 법문을 들려준다. 참선수행을 하기 전에 종교를 믿어야 하는 이유와 수행의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납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고 간절하게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참선수행에 임하게 하려는 뜻에서이다.간화선 수행을 하려는 초심자에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는 선지식과 이 수행법에 대한 큰 믿음[大信心]이다.


수행자가 선지식에 대한 큰 믿음이 없다면 자기가 가진 선입견과 알음알이로 인해 이후 화두 참구 중에 발생하는 각종 경계를 이겨낼 수 없다. 오직 결 정된 믿음[決定信]만이 이 공부를 성취하게 해줄 수 있다.막상 수행을 시작하면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방해가 극심하게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수행자는 자칫 이러다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에, 옆에서 지켜보는 선지식의 호법(護法)에 의지해야 비로소 온갖 난관을 뚫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 간화선 또한 조사선과 마찬가지로 선지식이 곧 길이다.일단 간절한 믿음을 내어 선지식의 인도를 받아 참구를 하기 시작했을 때, 참의심에 나아간 수행자는 눈앞에 바로 은산철벽(銀山鐵壁), 즉 정신적인 벽이 앞을 꽉 막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껴야 된다. 이에 수행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물러서지 말고 이 벽을 뚫어야 되고, 선지식을 끝까지 믿고 수행하는 이 과정은 결코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간화선이야말로 최상승 수행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수행자에게 필요한 두 번째 요소는 이 벽을 꼭 뚫고야 말겠다는 대분심[大憤心]이다. 실제로 은산철벽에 부딪쳐보면 아무리 애를 써도 쉽게 뚫을 수 없기 때문에, 애간장이 타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막막하고 갑갑하며 끝도 보이지 않아서, 울분이 솟아나고 오기도 발동한다. 그럴 때 선지식이 공부 길을 부추기면 꽉 막힌 기운이 천지 분간 못하고 치솟게 되는 법이다. 이 분심이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터져 나와야 용맹스런 추진력이 생겨 눈앞의 철벽을 뚫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의 수행자는 천군만마 속에 단기필마로 쳐들어간 장수처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막상 천길 우물 속 같이 꽉 막힌 경우에 당해서 오로지 살아나갈 길만 찾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면, 이런 장치를 시설하여 그 속으로 밀어 넣은 선지식을 경우에 따라 미워하게 될 정도로 참기 힘든 지경이 된다. 이렇게 분심을 내어 생사를 벗어나려는 각오와 집중력으로 밀어붙여야 공부가 한층 더 순숙하게 되어지는 것이다.


세 번째로 필요한 요소는 활구 의심이 들려져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행자는 마땅히 본참 공안 상에 나아가 의심을 일으키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의심되어진 화두를 들고 참구해야, 생사심(生死心)을 타파할 수 있다. 만일 진실로 의심이 성성(惺惺)하게 들려지면, 혼침(昏沈)과 산란(散亂)을 저절로 극복하게 된다. 한 번 돈발 되면 끊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의심이라야 참의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공부를 하는 수행자는 사나운 개가 한 번 물면 결코 놓지 않는 것처럼 독종이 되어야 한다. 초심자가 혼자서 참의심에 들어가 스스로 점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눈 밝은 선지식에게 의지해서 길 안내를 받으라는 것이다.


이렇게 간화선 수행을 하는데 꼭 필요한 신심, 분심, 의심을 간화선의 삼요(三要)라고 한다. 일단 이 세 가지 요소가 구비되면, 즉 신심과 분심이 충만한 상태에서 활구(活句)를 들고 의심하면, 그 의심은 단기간 내에 타파될 수밖에 없다.


중국 송말원초(宋末元初)에 살았던 고봉원묘(高峰原妙) 선사는 이렇게 말했다.참선하는데 만일 한정된 날짜에 공을 이루려면 마치 천길 우물에 빠졌을 때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녁부터 아침까지 밤이나 낮이나 천 생각 만 생각이 오로지 다만 한낱 우물에서 나오려는 마음뿐이고 끝끝내 결코 다른 생각이 없는 것과 같이 하여라. 진실로 이렇게 공부하기를 혹은 3일 혹은 5일 혹은 7일 하고도 깨치지 못한다면 서봉은 오늘 큰 망어를 범했으므로 영원히 혀를 뽑아 밭을 가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선요(禪要)》, 통광 역주, 불광출판사, p. 85)